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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공연 리뷰] 서울시향 말러 2번 '부활' - 거함 시향의 진면모를 드러내다. (25.01.16)

클래식 공연 호부로

by 쿨리버 2025. 1.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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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판 츠베덴이 음악감독이 되고 몇번 손발을 맞춰 왔던 서울시향은 그동안 초행길(?)의 시행 착오를 보여왔다.

드보르작 7번과 같은 명연으로 찰떡 궁합을 드러낸 반면,

브람스 교향곡들에서 특유의 성향에 작곡가의 의도를 1도 반영하지 못하는 패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대감을 우려로 변모케 하는 불안의 싹을 틔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른 속도감, 시종일관 휘몰아치는 격정. 부족한 밸런스. 지난 리뷰에서도 썼듯이 확실한 약점과 강점을 보이는 성향.

변화 무쌍한 올라운더 플레이어 보다

특정 곡에서는 확고한 우위를 드러내지만 어떤 장르에서는 취약한 성향을 보이는 반쪽짜리 유망주 말이다.

 

 

스포츠에서는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 곧바로 실력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새로운 관현악단에 부임하고 나고도 이와 같은 합을 맞추는 시간은 필요할거라고 본다.

악단과 지휘자 간의 성격 차이. 미묘한 신경전. 예술적 취향의 차이 등등. 결국은 음악도 사람들의 일이니까 말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과 관련된 일.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중간을 찾고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오늘 공연은 싹트기 시작한 우려의 싹을 자를 수 있는 호연이었다.

아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말러 2번 연주에서 어느 정도 독보적인 위치를 충분히 차지할 만한 연주라고 과언하고 싶다.

1악장보다 좋은 2악장, 2악장 보다 더 좋은 3악장 그리고 5악장의 피날레까지

고조되는 격정이 고스란히 표현되며 밸류업을 잘 이끌어 냈다.

말러 특유의 고조되는 감정에서 휘몰아치는 강력함보다 오히려 2,3 악장의 부드러운 연주가 더 좋게 느껴질 정도니

디테일에 꽤나 공들인게 느껴졌다.

어떤 일에서건 힘주고 지르는건 오히려 쉽다. 노래를 부를때 그 가수의 실력은 부드러운 소절의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얍 음악감독이 얼마나 디테일에 신경썼는지, 음악의 밸런스와 타이밍, 현의 유려함에 공을 들였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기에 합창단과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까지..

파고 들면 단점이 있겠지만, 그 단점마저 잊게하는 연주였다.

좋은 기억만 남게 하는 공연!

 

 

이러한 연주의 힘에는 해석하는 감독 뿐만 아니라 역시... 연주자들의 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향의 고질적인 문제 아픈손가락 금관이 오늘은 제일 돋보였다. 너무 훌륭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건 객원 연주자들 덕분이었다.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팀파니는 해결되며 열일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반면 아직도 비워져 있는 트럼펫, 트럼본, 호른의 자리.

객원 덕분에 좋았지만, 반면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의식은 더더욱 커져버렸다.

트럼펫 - 기욤 젤, 베를린 필 수석
트럼본 - 빈센트 클리멘트, 베른 심포니 수석
호른 - 얀 보보릴, 체코필 수석

발군이었다... 너무나 훌륭해서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이 큰 공연장을 꽉 채웠다.

너무나 훌륭한 연주를 해주었고, 이런 수석들이 채워졌을때의 서울시향을 상상할 수 있는 행복함을 안겨주었다.

특히나, 트럼본이 이렇게 음악에 크게 관여하는지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알았다.

엄청 중요한 악기였던 것이다. 포근하고 딴딴하고 담백하면서 정확한 음정이 음악을 몇 단계 레벨업해 풍성하게 만들었다.

호른이야 그동안 객원이 종종 채워왔던 자리라, 오히려 익숙했는데, 트럼본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트럼펫의 존재감. 어마무시했다.

왜 베를린필 수석인지 소리에 명찰이 달려 있는것 같았다.

(왠지 그냥 내 느낌인데... 트럼본 수석님이 시향에 오실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냥 너무 잘맞아서 소망해본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시향 대표도 언급했듯이.. 이 필요한 자리는 올해 꼭 채워졌으면 좋겠다.

단언컨데 시향의 현과 목관의 안정적인 연주에 금관만 채워주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무시할 수 없는 악단이 될 것만 같다.

상상만으로 웃음지어지는 일이다.

오늘의 공연을 보며 희망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상상이 아니라 실현될 수 있는 미래가 되어버린 것.

클래식 팬에게 진면목을 보여준 보여준 얍 감독, 단원들 그리고 객원님들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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